● 살균제 사용에 대한 의문과 고찰 ##항균시험, 항곰팡이시험, 살균시험
안녕하세요 한국분석시험연구원 분석 3팀 주임 연구원 조인재 입니다.
평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살균제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얘기 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문 손잡이에 균이 수백만 마리가 있다.’,
‘휴대폰에 있는 균은 변기보다 그 수가 많다’ 같은 글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 글에는 살균제 광고가 함께 본 경험이 다수 있을 겁니다.
최근에도 인터넷 ‘뉴스’ 카테고리에서 등장하였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유명하죠?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가습기에서 호흡기에 손상주는 연무를 배출하여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혀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환자와 피해를 양산하였죠.
우리 손이 직접 닿는 곳에는 수많은 균이 득실거립니다.
이런 균을 없애기 위한 살균제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누군가는 위험을 사용자가 알고 현명하게 이를 피하면 된다고 말 할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영양제를 권할 것입니다.
원초적, 원시적인 자연의 행태를 따르면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로워 진다며 히피문화와 같은 자연주의를 설파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수백만 마리나 있다고 하는 균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 입니다.
미생물학에는 ‘microbial interaction, microbial ecology’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미생물들이 서로간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들만의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술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적절한 예시로 술을 선택하여 소개하겠습니다.
전통적인 양조는 과일이나 곡물, 벌꿀 등 당(또는 녹말)이 풍부한 무언가(=n)를
적당한 환경(온도, 습도, 공기 조절 등)을 조성하여,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일어나도록 알코올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특유의 향과 맛, 색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식초가 되거나, 아예 부패해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래 그림은 ‘Trends in Food Science & Technology’라는 학회에서
2017년에 63호로 발간한 journal의 18-28페이지에 실린 review 논문*인
Mystery behind Chinese liquor fermentation (중국 술 발효 뒤의 신비) 중
Association of all factors influencing Chinse liquor flavor formation
(중국 술의 풍미 형성에 관여하는 모든 요인의 연관성) 이라는 그림입니다.
##Review 논문 :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 논문들을 정리한 논문,
주로 그 주제에 학술적인 성과가 높은 연구자가 작성하는 경우가 많으며,
교과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논문이다.
위 참고 그림이 실려있는 논문은
‘중국 술이 어떻게? 특유의 향과 맛을 내도록 조절하는 기작(mechanism)’을 다룬 논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아래쪽 Fermentation이 있는 부분입니다.
술의 발효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들은 알코올 발효는 효모,
그 중에서도 Saccharomuces cerevisiae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고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Diversity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 술은 효모를 따로 접종하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균을 접종하여 술을 발효시킵니다.
그러면 어떻게 술이 쉬거나 부패하지 않고 맛과 향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그 비밀의 답은 환경의 조절(control)입니다.
Engineering parameters와 Process라 써진 곳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술의 발효 과정에 따라순서대로 환경을 조절하는 것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미생물의 증식을 조절하고 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것이 가능한 건, 미생물도 환경에 따라 우위를 차지하는 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위를 차지하는 균을 우점종 또는 우점균이라고 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중국 술의 발효도 자연 상태의 균을 원하는 순서에 맞게
우점균이 달라지도록 환경을 조절한 결과인 것이며,
그렇기에 해당 논문의 제목이 ‘중국 술 발효 뒤의 신비’가 될 수 있던 것입니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사람이라는 환경에도 그에 맞는 미생물이
균형을 맞춰 분포하고 잇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라는 환경에 맞는 우점균이 정해져 있다면,
건강한 사람이 질병을 앓지 않는 것은 이러한 우점균에 대한 내성을 갖거나
공생 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생하는 미생물은 사람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추가로, 미생물은 적합한 환경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다른 미생물의 기능을 억제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어떤 미생물이 주류를 차지한 경우 조건이 변하기 전에는 다른 미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언급한 문 손잡이나 휴대폰 같이 사람이 자주 접촉하는 물건에서 수백만 마리가 검출됐다는 균도
실제로는 사람에서 묻어난 미생물과 각종 노폐물 등에 의해 증식되었을 것이므로,
사람피부에 있는 균과 차이가 적을 것입니다.
즉, 그다지 유해하지 않은 균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 살균제를 사용한다면 과거 공룡이 운석에 멸종하고 그 자리를 포유류가 지배했듯이,
이미 있는 사람에 유해하지 않은 미생물을 없애고 알 수 없는 미생물이 자랄 기회를 주는 것이 돼버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람에 해롭지 않은 미생물이 자리잡은 채 있을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이독제독'(以毒制毒, 독을 없애는 데 다른 독을 쓰는 것, 곧 악을 물리치는데 다른 악을 수단으로 삼는 것.)
대신 ‘이균제균'(以菌除菌)이 되겠는데요,
이미 여러분이 장 건강을 위해 먹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적당량 섭취되어 장에 도달하였을 때에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주나 피부에 쓰는 약산성 스킨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주변에 환자가 있는 등의 이유로 환경이 바뀌었다면
병원균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제거 할 필요는 있습니다.
감기 환자가 있으면 칫솔, 수건, 옷 등을 분리하여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럼, 이런 환자가 있으면 살균제를 꼭 써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균을 제거하는데 거창한 수단은 필요하지 않으며,
세탁하고 햇볕에 잘 건조 시키며 정 찜찜 하면 항균 기능성**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일정 기간마다 교체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 하겠습니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접촉하는 물건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갖고
살균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균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서 저의 소박한 의견이며,
오히려 무분별하게 살균제를 남용, 과용 하는 것은 사람에게 더 큰 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살균제 사용 전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살균제를 사용하기 보다는 비누를 사용하고, 평소 손을 잘 씼고, 정기적인 주변 환경 청소를 생활화 하여,
외부에서 전염될 수 있는 소량의 균을 사전에 차단하고,
오염이 심한 곳은 희석한 락스***를 사용하여 주기적으로 청소 하는 것을 추천 합니다.
***추후 락스가 용도만 잘 지키면 위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글을 쓸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글 한국분석시험연구원 분석 3팀 조인재 선임 연구원
t1@katr.re.kr
한국분석시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