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기성(anaerobic)에 대한 이것저것 !
≫ 혐기성이란?
anaerobic
혐기성이란 공기 중의 산소를 생존에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혐기성이 중요한 것은, 인체와 관련된 여러 균 중 생각보다 많은 균이 혐기성을 띄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혐기성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그림은 thioglycolate broth라는 미생물의 산소 요구성을 확인하기 위한 배지에서 균을 기른 결과입니다.
산소 요구성에 따라 나누면 1번은 절대호기성 미생물, 2번은 절대혐기성 미생물,
3번은 기회적 호기성(또는 기회적 혐기성) 미생물, 4번은 미 호기성 미생물,
5번은 산소 저항성 미생물이라 할 수 있는데, 각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호기성(obligate aerobes):
공기 중 산소가 없으면 죽는 경우
2. 절대혐기성(obligate anaerobes):
공기 중 산소에 노출되면 죽는 경우
3. 기회적 호기성(또는 기회적 혐기성)(facultative anaerobes):
공기 중 산소가 없어도 생장하나 있으면 더 잘 생장하는 경우
4. 미 호기성(microaerophiles):
공기 중 산소가 소량일 때 잘 자라는 경우
5. 산소 저항성(aerotolerant organisms):
생장에 산소를 사용하지 않으나 공기 중 산소에 노출되어도 생존하는 경우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산소가 갖는 반응성 때문입니다.
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큰 원자여서 에너지원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매우 큰 효율을 낼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superoxide나 hydrogen peroxide와 같은 활성산소가 부산물로 생성되는데,
활성산소는 산소가 갖는 반응성이 더욱 큰 형태이기 때문에
주변의 유전물질, 효소 등과 결합하며, 이를 통해 세포를 노화시키고 파괴합니다.
때문에 이런 활성산소를 제거할 항산화 체계가 없으면 미생물은 생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산소가 있는 조건에서 생장하는 균은 superoxide dismutase (SOD), catalase, peroxidase 중
일부 혹은 전부가 있고, 이를 사용해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생장하게 됩니다.
[ 혐기성 미생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생성하는가?]
호기성 미생물은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 전자전달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전달계는 간단히 설명하면, 에너지원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산소를 사용하여
ATP라는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아래 그림은 에너지원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ATP로 바꾸는 전자전달계의 일부입니다.
전자전달계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수소 이온(H+)을 사용하여 ATP를 합성하게 됩니다.
수소 이온은 수 차례에 걸쳐 ATP를 합성하는데 쓰이며, 최종적으로는 산소와 결합하여 물이 되어 배출됩니다.
하지만 혐기성 미생물은 이러한 전자전달계를 갖고 있지 않고 대신 발효과정을 통해 ATP를 생산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대표적인 혐기 발효인 에탄올 생성에 대한 모식도입니다.
산소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생산하는 ATP는 산소를 사용하는 전자전달계에 비해 매우 적습니다.
일반적으로 포도당(glucose) 1 분자는 ATP를 약 38분자 생성하나,
위에서 보듯이 에탄올 발효는 단 2분자의 ATP만을 생성합니다.
대신, 혐기성 균은 에너지원을 완전히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고 중간까지 사용 후 배출하며
이렇게 배출되는 물질에는 유기산, 에탄올, 펩타이드, 황화합물 등이 있습니다.
[혐기성 미생물 중 사람과 관련 있는 균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대표적인 균들은 여럿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과 밀접한 균은 유산균과 구취균이 대표적입니다.
먼저 유산균은 인체 중 소화관에서 주로 발견되는 균으로,
장내 환경을 조절하여 병원성균과 부패균이 자라는 것을 막고
소화를 돕는 등의 유익한 역할을 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취균은 입냄새를 일으키는 균을 의미하며,
2003년 하버드대와 미시간대 연구진은 구취를 일으키는 균은 혐기성 균이라고 보고하였습니다.
구취균은 휘발성 황화합물(volatile sulfur compounds; VSCs)을 분비하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아래의 두가지입니다.
1. 황화수소(hydrogen sulfide): 발냄새, 계란 썩은 냄새
2. 메틸머캅탄(methyl mercaptan): 썩은 양배추 냄새
[ 혐기균인 구취균은 어떻게 입안에서 살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입냄새가 심한 사람은 혀의 안쪽, 편도, 목에서 혐기성세균이 자주 발견됩니다.
이는 해당 부위가 혐기 상태가 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혀의 안쪽, 편도, 목은 점액과 음식찌꺼기 등이 덮여 산소가 잘 도달하지 못하는 부위입니다.
거기에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방선균(Actinomyces), 수막구균(Neisseria),
헤모필루스(haemophilus) 속의 호기성 치주균은 그나마 도달한 산소마저 제거하여
혐기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로 인해 입안에는 부분적으로 혐기 상태인 곳이 있고,
이런 곳에서 혐기성 세균이 자라 구취를 유발하게 됩니다.
[ 혐기성 균은 어떻게 시험하는가?]
혐기성 균은 앞서 말했듯이 통성 혐기성 균을 제외하면 산소가 적거나 없어야 생장하는 균입니다.
그러므로 혐기성 균의 시험을 위해서는 산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으며,
그를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아래의 2가지 입니다.
1. Anaerobic gas pack을 사용한 산소 제거: 소량의 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완전 밀폐가 되는 용기에 산소를 제거하는 anaerobic gas pack을 넣고,
산소가 없는 상태로 하여 혐기조건이 되도록 합니다.
시험에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나,
밀폐용기에 균을 넣기 전까지 조작은 산소에 노출된 상태에서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인력의 숙련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2. Anaerobic chamber를 이용: 대량의 실험을 할 때 사용합니다.
밀폐된 chamber에 산소를 제외한 공기를 채워 넣고,
글러브를 통해 손을 집어넣어 작업을 실시합니다.
Anaerobic gas pack을 사용할 경우 작업 중 일부 시간은 산소가 존재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지만
anaerobic chamber는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혐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시험인력의 숙련도의 영향이 적으나,
초기비용과 유지비용이 gas pack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매우 높은 문제가 있습니다.
3. Candle jar method: anaerobic gas pack을 대신하여 밀폐용기에 양초를 넣고
양초가 산소를 다 소모하여 꺼지기를 기다린 뒤 배양하는 방법입니다.
현재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며, 학교 시험실 등에서 혐기 배양 연습을 위해 많이 사용합니다.
추가로, 혐기성 균은 앞서 언급했듯 호기성 균에 비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효율이 매우 떨어져서
혐기성 균의 생장은 호기성 균에 비해 느립니다. 그러므로 이를 감안하여 시험기간을 설정하고 진행하여야 합니다.